9월 3주차 - 징계절차의 정당성과 관련된 사례
징계절차의 정당성과 관련된 사례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I. 징계절차의 중요성
징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에는 징계사유의 존재, 징계양정의 적정성, 징계절차의 적법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모든 절차상 흠이 곧바로 징계를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징계규정이 정한 절차의 취지와 중요성, 그리고 하자의 정도에 따라 효력이 달라진다. 특히 해고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를 해고의 효력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갖추지 못하면 해고사유가 정당하더라도 해고는 효력이
없다.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이 징계위원회 구성, 사전통지, 소명기회 또는 재심절차 등을 정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 절차를 지켜야 한다.
반면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민간사업장에서 피징계자에게 반드시 징계위원회 출석이나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법정의무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29071 판결). 이하에서는
필자가 직접 대리한 두 사건을 통해 징계절차가 실제 사건의 결론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사례 1: 해고의
서면통지와 관련된 노동사건[1]
서울 목동에 있는 G학원은
원어민 강사 및 한국인 강사 20여명을 채용하여 초중등 학생들에 영어교육을 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원의 원장은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강사 비율을 맞추기 위해 원어민 강사
(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함) 중 자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2명의 외국인 강사에 대해 8월 중순 경에 해고를 통보하고 8월 27일에 해고를 하였다.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사전에
해고통보를 구두로 하였으며, 퇴직 후인 2010. 9. 2. 핸드폰
문자와 일반우편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서면으로 해고통보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의
근로자들은 2010. 11. 24.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청구하였다.
이 사건의 심판에 있어 노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요지가 위와 같으므로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여부, 즉 그 사유, 절차
및 양정이 적정한 지 여부에 있다 하겠다.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에 대하여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해고통보서를 우편으로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고통보서를 우편으로 보낸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하고 있는 해고의 서면통지절차를 이행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살펴볼 필요도 없이 부당하다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위원회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원직복직을 원치 않으므로 판정일까지 이 사건 근로자들이 매월 지급받은 임금상당액을
기준으로 이 사건 근로자 1, 2에 대하여 각각 9백5십 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사용자는 서면해고통보서 하나 때문에 몇 만원도 아닌 2천 만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공정한 판정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하여, 이러한 서면통보가 해고의 효력요건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해고 문제가 신중하게 다루어지도록 하고
부당해고 및 퇴직금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명확히 해결하기 위함이다.
2026년 현재에도 이 사건이
보여주는 원칙은 그대로 유효하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는 서면으로 통지되어야 하며, 해고사유가 서면에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면 근로자가 그
사유를 알고 있었더라도 적법한 서면통지가 아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226605 판결). 다만 징계절차를 통해 근로자가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이미 알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통지서에 사유를
다소 축약하여 적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또한 이메일도 그 형식과 작성 경위,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구체성, 수신 여부 등에 비추어 서면통지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면 예외적으로 유효한 서면통지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실무에서는 해고예고
또는 해고예고수당 지급과 제27조의 서면통지를 별개의 요건으로 보아야 하며, 해고일 전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확히 적은 문서를 근로자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 그 수령 사실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III. 사례 2: 징계절차와
관련된 노동사건[2]
전라남도 여수의 택시회사인 미향교통은 근로자 40여 명을 고용하여 택시운수업을 영위하고 있다. 2006년 8월 회사는 여러 해 동안의 누적된 적자운영 상태를 타계해보고자 사납금 인상을 추진하였으나, 노동조합의 거부로 인해 사납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노동조합을
압박하여 사납금 인상을 하고자, 기존 관례대로 근무하여 왔던 1일 12시간을, 단체협약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1일 8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회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자 회사는 각 개별 조합원들에게 회사의 지시사항을 위반할 경우 정직
또는 해고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발송하였다. 2006. 9. 6. 조합원 10여 명이 사장실에 몰려와 항의하던 중, 이 사건 근로자1, 2 (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
이라 한다)가 주동이 되어 대표이사에게 욕설을 하고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여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였다.
이에 회사에서는 취업규칙에 따라 회사가 지명한 4명의 징계위원으로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종업원의
책무위반”을 이유로 무급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06. 10. 26. 이 사건 사용자를 상대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해당 초심지노위는
2006. 12. 19. 부당정직 구제신청에 대해 구제명령을 하였다. 이에 이 사건 사용자는 2007. 1. 3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노위도
해당 초심지노위와 같은 결정을 하면서 이 재심청구에 대한 기각결정을 하였다. 그 내용은 징계사유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징계절차의 정당성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사유는 2006. 9. 6. 있었던
대표이사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의 언쟁 과정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한 욕설은 이 사건 녹취록, 관련자들의
자술서 및 관련 영상자료 등을 보건대 사실이 인정되어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징계처분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징계사유뿐만 아니라 징계절차 또한 적법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용자는 동 단체협약에 대하여 2004. 10. 29. 해지통보하여 2005. 5.1.자 실효되었고, 더욱이 징계위원회 구성 등의 문제는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규범적 부분과는 달리 이 사건에 그
효력이 미치지 못하므로 취업규칙에 의거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므로 징계절차는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근로조건 그 밖의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부분에 대하여는 규범적 효력이 부여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라도 개별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이 계속 그 효력을 유지한다. 이와 같은 규범적 부분에는 임금, 각종 수당, 근로시간, 휴일, 휴가, 재해보상의 종류와 산정방법, 퇴직금, 복무규율, 승진, 상벌
및 해고 등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단체협약 상 상벌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규정은 규범적 부분에 해당한다.[3]
“그렇다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단체협약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들 징계 시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 3인 동수로 구성된 상벌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취업규칙에
따라 사용자 측이 선임한 징계위원으로만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하였는바 이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부당한 징계에 해당한다.”
이 사건 판정의 핵심 법리는 현재 판례에서도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임금, 근로시간 등 개별적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은 새로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변경되거나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남을 수 있고, 대법원은 해고사유와 해고절차에
관한 부분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다70336 판결).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이 징계위원회의 구성을 정하고 있는데도 그와 다르게 위원회를 구성하여 징계한 경우에는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가 된다.[4]원문에
인용된 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누9177 판결은 상벌위원회의 설치와 구성 등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제재를
위한 범위에서 근로조건에 해당할 수 있음을 밝힌 판결이고, 단체협약 실효 후 해고절차가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존속한다는 점은 위 2008다70336 판결 등이 보다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사용자의 정직처분은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되었지만, 징계위원회의 구성이라는 중요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부당정직으로 판정되었다. 이
경우 회사는 초심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 이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시 징계할 것인지 검토할 수 있었다. 절차위반
때문에 징계가 무효가 되었다고 하여 같은 징계사유에 대한 징계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며, 필요한
절차를 새로 밟아 다시 징계하는 것은 일사부재리나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5]한편
최초 징계절차의 하자가 적법한 재심절차에서 실질적으로 보완되어 치유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6]반대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재심절차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전혀 실시하지 않거나 재심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전체 징계처분이 무효가 될 수 있다.[7]따라서
재징계나 재심에서는 형식적으로 절차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징계사유의 특정, 위원회 구성, 소명기회와 의결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IV. 징계의 절차와 관련된 내용
1. 징계의
일반적 절차
징계절차는 회사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인사규정과 징계규정에 따라 달라진다. 규정에 별도의 절차가 없다면
모든 징계에 징계위원회나 대면 소명절차가 법률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가 반드시 필요하고, 회사 스스로
정한 징계절차나 단체협약상의 절차가 있다면 이를 준수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징계에 착수하기 전에 적용
규정과 징계시효, 징계위원회 구성, 사전통지 기간, 소명 및 재심절차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적용 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징계규정 확인, (2) 징계사유
발생 및 징계시효 확인, (3) 사실관계 조사와 객관적 증거 확보,
(4) 구체적인 징계사유와 적용 규정 특정, (5) 징계의결 요구 및 인사권자의 결재, (6) 규정에 맞는 징계위원회 구성과 이해충돌 여부 확인, (7) 징계대상자에게
개최일시·장소·징계사유를 통지하고 상당한 방어 준비기간 부여, (8) 징계심의 과정에서 진술과 소명자료 제출 기회 부여, (9) 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 및 회의기록 작성, (10) 인사권자의 징계처분
확정, (11) 징계결과 통지. 특히 해고라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 (12)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이 정한 경우 재심 또는 이의신청 절차 진행.
2. 징계위원회의
구성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구성과
의결절차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 특히 노사 동수 구성, 노동조합
추천위원 또는 특정 자격을 가진 위원의 참여를 정하고 있다면 이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 대법원은
규정과 다르게 징계위원회를 구성한 경우 원칙적으로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본다.[8]다만
사용자에게 근로자측 위원 선정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부여하였음에도 근로자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스스로 선정권을 포기하거나 거부한 경우에는 근로자측
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징계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3. 소명기회
부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징계규정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출석하여 변명하거나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면 그 절차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단순히 형식적인 출석통지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징계사유를 파악하고 방어를
준비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개최일시와 장소를 통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징계위원회가 당초
통지하거나 징계의결이 요구된 사유와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징계사유를 추가하면서 이에 대한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가 된다. [9] 반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소명기회 부여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는 경우까지
일반적으로 반드시 소명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법정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10]
4. 노동조합과의
협의 ? 합의 조항
단체협약이 조합원에 대한 징계나 해고에 관하여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 또는
합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면 그 문언과 취지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협의”와 “합의”의 법적 효과는 문언만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
전체의 체계와 체결 경위에 비추어 노동조합에 의견제시 기회만 보장하려는 취지인지, 실제로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의견의 합치까지 요구하는 취지인지 구별해야 한다. 후자라면 사전합의를 거치지 않은 징계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으나, 노동조합이 합의권을 포기하거나 신의칙에 반하여 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11]
[1]서울2010부해2283 지케이아이 어학원, 정봉수 노무사 사건대리
[2]중노위
2007부해92 유한회사 미항교통 부당정직 재심신청, 정봉수
노무사 사건대리
[3]대법원
1996. 2. 23. 94누9177판결
[4]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두70793 판결
[5]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다36138 판결
[6]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다70336 판결
[7]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두70793 판결
[8]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두70793 판결
[9]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100919 판결
[10]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29071
판결
[11]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38007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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