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주간)

10월 2주차 - 외국인 강사의 해고와 합의퇴직을 둘러싼 분쟁

2026-10-10 오후 10:41:25 조회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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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강사의 해고와 합의퇴직을 둘러싼 분쟁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도입

“저는사직하겠다고말한적이없습니다.” 한국에서영어를가르치며새로운삶을시작하려던미국인강사는뜻밖에도자신이회사를떠나는데동의했다는주장을듣게되었다. 회사는임금과숙소문제까지정리했으니합의퇴직이라고보았다. 그러나강사의생각은달랐다. 과연임금정산서에서명한것이사직에동의했다는뜻일까?

 

I. 한국에서시작한새로운일자리

2009년여름, 서울에본사를두고부산에지점을운영하던 TESOL 전문학원은갑자기퇴사한부산강사의빈자리를채워야했다. 학원은미국인원어민강사를초청했고, 정식취업비자(E-2) 발급전까지임시로일하도록했다. 8월 5일양측은임시직근로계약과함께 2009년 9월 5일부터 2010년 9월 4일까지의 1년근로계약도체결했다. 강사에게는한국에서의 1년이이미약속된듯보였다.

8월 6일부터 6일간서울본사에서 TESOL 강사교육을받은뒤부산지점으로향했다. 하지만임시근무가끝나갈무렵인 8월 18일부터 28일사이, 학원은비자발급절차를진행하는대신서울로출근하라고통보했다.

 

II. “다른강사자리를알아보세요”

9월 2일면담에서학원은강사에게 TESOL 수업보다는일반영어회화강사가더적합해보인다고말했다. 그리고채용알선업체(리크루터)에연락해다른일자리를알아봐달라고요청했다고전했다. 강사에게는사실상더이상이학원에서일할수없다는말로들렸다.

그때강사는임시근무에대한임금도받지못했고당장머물곳도걱정해야했다. 지인의소개로알게된변호사에게도움을요청했다. 변호사는학원측에연락해숙소를한달더사용할수있도록협조를구했다. 이후강사와학원은미지급임금, 호텔숙박비등정산금액과서울의회사아파트에서한달간무료로거주할수있다는내용의확인서에서명했다.

문제는바로이확인서였다. 강사는생활을정리할최소한의시간을확보했다고생각했지만, 학원은그서명을근로관계를합의로종료했다는근거로해석했다.

 

III. 첫번째판단: 합의퇴직

강사는 2009년 11월 24일부당해고구제신청을제기했다. 그러나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0년 1월 18일신청을기각했다. 확인서에양측이서명했고, 정산금이지급됐으며, 강사가한달동안회사아파트에거주한점을고려했다. 그기간에출근하거나즉시이의를제기하지않았고, 다른직장에도취업했다는사정도함께보았다.

초심은이러한정황을종합해근로계약이합의로해지됐다고판단했다. 해고가아니라면부당해고구제신청은받아들여지기어렵다. 강사에게는납득하기힘든결과였다.

 

IV. 재심에서달라진질문

강사는 2010년 2월 10일중앙노동위원회에재심을신청했다. 그의주장은간단했다. “임금과숙소문제를해결하려고서명했을뿐, 사직에동의한적은없다.”

강사는확인서에사직이나근로계약종료에관한문구가없다는점을강조했다. 변호사도공식대리인으로사직을협상한것이아니라임시숙소를부탁했을뿐이라고설명했다. 즉시이의를제기하지못한것은한국의구제절차를알지못했고대리인비용도부족했기때문이라고주장했다. 이후서울글로벌센터를통해절차를알게됐다고했다.

다른일자리를얻었다는사정도사직의사의증거가될수는없었다. 강사는생계를유지하기위해 2009년 11월 9일부터경기도의한고등학교에서근무하고있었다. 그래서재심에서는복직대신금전보상을구하는취지도추가했다.

 

V. 중앙노동위원회의결론(중앙2010부해122)

2010년 4월 22일중앙노동위원회는초심을뒤집었다(중앙2010부해122). 핵심은문서에실제로무엇이적혀있는가였다. 임금과숙소에관한확인서는금전관계등을정리한문서일뿐, 강사가사직에동의했다는증거로볼수없다고판단했다.

따라서학원측의조치는해고로인정됐다. 그런데학원은해고사유와해고시기를서면으로통지하는절차를거치지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이를부당해고로판단했고, 강사가요청한복직에갈음하는금전보상도인정했다.

 

VI. 이사건이남긴교훈

이사건은서명한번의의미가문서의제목보다그내용과작성경위에달려있음을보여준다. 임금정산이나숙소제공에동의한사실만으로근로자가자유로운의사로사직했다고단정할수는없다. 사용자가합의퇴직을주장하려면근로자의명확한퇴직의사가드러나야한다.

또한해고라면근로기준법상해고사유와해고시기의서면통지등필요한절차를준수해야한다. 근로자가해고이후생계를위해재취업했다는이유만으로앞선해고의정당성이생기는것도아니다.

결국이사건의결정적인질문은 “서명을했는가?”가아니라 “무엇에동의했는가?”였다. 회사가원만한퇴직을원한다면합의의내용과의사를분명히기록해야하고, 근로자는정산서나확인서에서명하기전그문구가근로관계종료까지뜻하는지반드시확인할필요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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