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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사망과 관련 사건처리와 시사점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I. 문제의 제기
2024. 9. 16. 15시경 외국인 근로자가 15명 규모의 작은 제조업체에서 선반 작업 중 업무상 사고로 사망하였다. 사망자는 원형 금속봉 가공작업을 하던 중 장갑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면서 자신도 프레스 기계에 빨려 들어가 기계에 몸이 끼여 그 자리에서 즉시 사망하였다. 사망자(41세)는 베트남인으로 2015년에 비전문직 비자(E-9)로 한국에 온 후 현 사업장에서 10년간 근무하면서 장기체류가 가능한 숙련기능비자(E-7-4)를 가지고 있었다. 사망자는 2021년 부인과 합의 이혼하고 한국에서 당시 베트남 출신의 여자 친구와 동거하고 있었다고 한다. 근로자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베트남의 부모가 장례식에 참석하였고, 노무사를 선임하여 유족급여를 신청하였다.
2024. 9. 19. 본 노무사는 캐나다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인은 사망자의 전부인과 혼인하여 사망자의 미성년자인 딸(14세)을 키우고 있다고 하면서, 사망자의 유족급여 등 제반 처리를 맡아서 해결해 달라고 본 노무사에게 요청하였다. 이에 본 노무사는 산재수급권의 1순위자인 자녀의 법정 대리인인 이혼한 부인과 남편으로부터 산재 사건 처리 업무를 위임 받았다.
이 산재처리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양한 쟁점이 발생하였다. 우선 (1) 사망자의 여자친구, 부모, 그리고 미성년자 자녀 사이에 1순위의 수급권 확인이 필요하였다. (2) 본 사건의 산업재해보상 처리와 관련한 산재발생 경위와 사망자의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처리절차를 거쳐야 했다. 특히 사망자가 외국인이라서 사실관계 입증하는 서류 제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3) 민형사상 합의로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회사에 논리적 설득이 필요하였다. 아래에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였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II. 수급권 확인
1. 주요 쟁점
사망자는 2021년 베트남의 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하였으며, 현재 전배우자는 캐나다인과 재혼하여 캐나다에서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미성년자 딸을 키우고 있었다. 사망자가 한국에서 베트남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산업재해 신청과정에서 자신이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장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에 살고 있던 사망자의 부모가 와서 장례식을 치르고 시신을 본국으로 가져갔다.
2. 관련 근거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63조【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범위】 ③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 중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순위는 배우자ㆍ자녀ㆍ부모 ㆍ손자녀ㆍ조부모 및 형제자매의 순서로 한다.
(2) 산재법 제64조【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자격 상실과 지급 정지 등】 ①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인 유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자격을 잃는다. 1. 사망한 경우; 2. 재혼한 때; 이하 생략. ②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가 그 자격을 잃은 경우에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권리는 같은 순위자가 있으면 같은 순위자에게, 같은 순위자가 없으면 다음 순위자에게 이전된다.
(3) 사실혼의 인정기준: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혼인의 의사(결혼 의사)와 공동생활의 실체는 ①공동거주, ②경제공동체, ③주변의 사회적 인정이 필요하다.
3. 수급권에 대한 판단
산재법은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국적, 체류자격, 불법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산재보험이 적용이 되고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사실상 동거하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본인이 사실상 배우자임을 주장을 하지 않아 배제되었고, 그 부모가 노무사를 선임하여 유족급여일시금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본 노무법인은 사망자의 자녀가 기록된 가족관계 증명원을 첨부하여 유족보상을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법 제63조 제3항에 따라 유족급여연금 수급권이 ① 배우자, ② 자녀, ③ 부모 등 순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수급권의 순위는 절대적이고 상위 순위자가 있으면 하위 순위자는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한 후, 사망자의 부모가 신청한 산재신청을 기각하고, 미성년자 자녀의 유족보상 신청을 인정하였다.
III. 외국인의 산재처리와 관련된 이슈
1. 주요쟁점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서 발생한 사망인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한다. 유족급여는 1일 평균임금의 1300일 분이 지급되고, 그 전액을 모두 연금으로 수령하거나 5:5의 비율로 연금과 일수금으로 수령한다. 그러나 외국인 경우에는 그 전액을 일시불로 수령한다.
사실상 유족급여를 신청해서 받는 것이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①업무상 사고, ②사망자 신원확인, ③수급인 가족관계 등 모두 사실관계의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를 엄격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선 근로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서 입증해야 한다. 여기서 업무상 사고와 관련하여 필요한 자료는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 부검감정서, 119 구급활동일지(소방서), 사건사고 사실확인(경찰서), 진료기록부 등이다. 사망자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 외국인 등록증(고인) 등이다. 그리고 수급인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 증명서류, 유족급여 및 장례비 수급권자 확인서, 등이다. 그 외에도 회사와 민사합의 내용, 통장사본(외국 계좌인 경우에는 SWIFT 번호), 장제실행 확인서 등이다.
특히 본 사안과 관련하여서는 배우자가 이혼한 사실이 있었기에 배우자 다음의 수급권자인 자녀(딸)이 표시된 가족관계 증명서와 이혼관련 법원 판결서 등에 대해 번역공증 절차가 필요하였고, 이러한 공식서류에 대해 한국주재 베트남대사관에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2. 관련 근거
산재법 제62조(유족급여) ① 유족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 유족에게 지급한다. ② 유족급여는 유족보상연금이나 유족보상일시금(평균임금의 1300일)으로 하되, 유족보상일시금은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지급한다.
제71조(장례비) ① 장례비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 지급하되,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장례를 지낸 유족에게 지급한다. 다만, 장례를 지낼 유족이 없거나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유족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지낸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실제 드는 비용을 그 장례를 지낸 사람에게 지급한다. (여기서 2025년 기준 장례비의 최고금액은 18,685,600원이고, 최저금액은 13,451,380원이다.)
3. 산재보상 금액에 확정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과 장례비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공단은 대리인을 통해서 필요한 서류 일체를 확인 한 후에야 산재보상금을 지급하였다. 즉,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했다는 사실관계, 신청자가 1순위 수급권을 가진 자라고 확인하는 서류일체, 유족급여 신청을 통해서 평균임금이 정확히 계산이 되었는지 그리고 실제 장례비를 회사가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 한 후 유족급여를 지급하였다. 유족급여는 1일 평균임금의 1300일 이므로 1억 3000만원이다. 장례비는 평균임금의 120일 이므로 1200만원이 된다. 그런데, 장례비는 고시금액의 최저기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최저금액인 13,451,380원을 지급하였다. 회사가 장례비로 1100만원을 선지급했으므로, 그 차액만 유족에게 지급하였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외국에 있는 유족에게 외국 통장으로 유족보상금액 전체와 장례비 차액을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였다.
IV. 민사 형사상 합의상 쟁점
1. 주요 쟁점
근로자의 사망에 있어 회사의 안전조치 미흡 등 회사의 과실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재해자의 유족에 대해 산재보상 외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민사상 손해배상의 범위는 회사의 과실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재해자의 모든 손해를 말하며, 손해배상의 범위는 적극적손해, 소극적손해, 정신적손해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그 범위는 소극적 손해로 일실수입(사망한 시점에서 퇴직시점까지의 잃게 된 수입금)과 일실퇴직금 (조기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퇴직금 손해액), 적극적 손해로서 장례비, 그리고 정신적 손해로서 위자료로 구성되고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계산한 금액이 산재보상금을 초과할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회사가 보상을 하는 것이 민사보상이 된다.
산재보상과 형사상 책임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직접적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발생한다면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 개인을 상대로 과실치사로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이 사건 회사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직접적 고소대상이 되지 않았으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 준수여부에 대해 근로감독관 점검을 받게 되고, 여기서 산업안전준수사항에 대해 위반 여부가 있는 경우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2021년에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회사는 안전주의 부주의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엄중한 형사처벌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처벌에 대해 피해자의 처벌면제을 청구하는 탄원서를 작성하는 대가로 형사합의금 청구가 가능하다.
이 사건의 경우에 얼마의 민사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와 형사합의금에 대한 추가적인 논쟁이 있었는데, 유족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게 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민사 형사 합의금 산출 근거
민사상 손해배상을 계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산재사건에 대한 회사의 과실을 확정해야 한다. 회사의 과실율은 기존의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례를 확인하면서 알 수 있었다.
(1) 창원지방법원 2021. 11. 5. 선고 2020가단9377 판결: 스리랑카 국적의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2019년 6월 5일 밴딩기계의 나이프 교체 작업 중 왼손 손가락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 골절 및 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법원은 피고 회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기계 작동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밴딩기계 담당자가 퇴근한 상태에서 원고를 작업에 투입했다. 고정레버 외 추가적인 안전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원고도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80%(원고 과실 20%)로 제한한다.
(2)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8. 1. 23. 선고 2015가단357 판결: 피고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일용직 건설인부로 고용된 원고 A가 수족관 지붕 판넬 철거 작업 중 6.5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안전난간,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원고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가 사용자로서 안전장비 지급과 안전교육 등 보호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을 인정하였다. 원고 A도 안전장비 착용 등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어, 피고의 책임을 70%(원고 과실 30%)로 제한한다.
(3)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 1. 15. 선고 2019가합100752 판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다. 망인 J는 피고 E 주식회사의 근로자로서 철골공 작업 중 13m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상속인들이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사업주가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안전대 설치 등 필수 안전장치 미설치를 하였기에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로 인하여 피고는 형사재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되었다. 법원은 망인의 과실(고소작업대 미사용, 안전수칙 미준수)도 인정하여 피고의 책임을 70%(원고 과실 30%)로 제한하였다.
3. 유족의 합의금 제안 및 회사의 수락 내용
민사상 손해배상은 근로자가 정년 때까지 벌 수 있는 임금과 퇴직금 손실분 그리고 정신적 위자료 1억원을 기준금액으로 하여 회사의 과실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다. 여기서 유족은 위의 판례를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과실률을 80%에서 50%까지 반영하여 계산된 금액을 제시하였다. 즉, 이 계산에서 민사상 계산된 금액에 형사 합의금 5000만원을 더하고 산재보상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산하였다.
(1) 회사 과실률 80% 시:
민사보상 346,694,542 + 형사합의금 50,000,000원 – 산재보상 143,451,380 = 253,243,162
(2) 회사 과실률 70% 시:
민사보상 324,020,223 + 형사합의금 50,000,000원 – 산재보상 143,451,380 = 230,568,843
(3) 회사 과실률 60% 시:
민사보상 283,445,906 + 형사합의금 50,000,000원 – 산재보상 143,451,380 = 189,994,526
(4) 회사 과실률 50%시:
민사보상 242,871,588 + 형사합의금 50,000,000원 – 산재보상 143,451,380 = 149,420,208
최초 회사는 50%를 제안해서 합의를 도출하고자 했지만, 유족은 사실상 소송을 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 손해를 보면서 원만히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60%를 회사에 제시하였다. 회사는 이를 수용하여 민ㆍ형사 합의금으로 회사의 과실률 60%로 산정된 보상을 하는 선에서 산재보상 외에 보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합의서에 근거하여 유족은 합의금을 받는 대가로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탄원서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다.
V. 시사점
산업재해를 통해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회사와 근로자가 안전의식을 가지고 철저하게 대비하면, 모든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근로자의 참혹한 죽음을 목격하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외국인 산업재해 사건을 처리하면서 두 가지 어려운 문제가 해결하여야 했다. 첫째는 이혼한 배우자의 미성년자 자녀가 유족급여 수급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에서 발급한 가족관계 증명원, 배우자가 이혼했다는 사실관계, 미성년자의 법정후견인 관계에 대해 모두 공증절차를 거쳐야 했고, 심지어 한국주재 베트남대사관에서 문서의 진위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 까지도 필요하였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두번째, 민형사상 합의 건에 있어서 사망자가 외국인 근로자이었기 때문에 민형사 합의 과정에서 좀더 신중한 과정을 가져가게 되었다. 유족의 대리인은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사망과 관련된 유사한 판례를 가지고 회사를 설득하였고, 또한 회사도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사회적 분위기를 인지한 입장에서 유족과 합의를 최대한 빨리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유족의 합의안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민사 형사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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