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I.
문제의 소재
2013년에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가진 사업장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사용자가 임금 삭감을 수반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그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하는지, 그리고 불이익 변경 여부와 집단적 동의의 주체 및 방법은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취업규칙의 의의와 작성·변경 절차, 불이익 변경의 판단기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방법 및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취업규칙의 의의 및 변경
1. 취업규칙의 의의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정한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일반적인 준칙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 및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 무효로 하고, 무효가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취업규칙에 근로계약의 내용을 규율하는
규범적 효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까지
필요하지는 않지만,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의견청취 절차는
거쳐야 한다.
2. 취업규칙의 변경
(1) 근로자에게 유리한 변경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변경의 경우에는 근로자 측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며,
사용자에게 근로자 측과 협의하거나 합의할 의무 또는 근로자 측의 반대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의견청취 절차는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의
효력요건은 아니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닌 경우에는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취업규칙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의 내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1]
(2) 근로자에게 불이익 변경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변경의 경우에는 근로자 측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며,
사용자에게 근로자 측과 협의하거나 합의할 의무 또는 근로자 측의 반대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의견청취 절차는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의
효력요건은 아니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닌 경우에는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취업규칙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에게 취업규칙의 내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1) 불이익 변경에 필요한 집단적
동의 방법
동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없다면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간에 의견을
교환해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말한다.[2]②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변경된 취업규칙은 개별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조합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3]③생산직과
사무직, 정규직과 계약직 등으로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다면 취업규칙 중 불이익 변경 부분을 적용받고
있는 근로자 집단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4]④
불이익 변경의 시점에서 특정 근로자 집단만이 불이익을 받게 되더라도 장차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된다면 그러한 근로자
집단까지 포함한 근로자 집단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5]
2) 불이익 변경의 판단기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여부는 그 변경의
취지와 경위, 해당 사업장의 업무의 성질, 취업규칙 각 규정의
전체적인 체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6]
이와
관련된 법원판례로는 다음과 같다.①누진제 퇴직금지급규정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비누진제로 변경됨과 아울러 임금인상 및 근로시간단축 등 근로자에게 유리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면 그 변경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7]②취업규칙의
일부인 급여규정의 변경이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의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 그러한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볼 수 있다.[8]③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축소?폐지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다.[9]④교대제 근무시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가 발생되어 수당이 지급되나 주간근무로 근무여건이 변경될 경우 야간근로?휴일 근로수당이 발생되지 않게 되어 금전적 손실이 있어도 이를 불이익 처분이라 보기는 어렵다.[10]
III.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판례 법리의
변화
1.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변경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고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였더라도, 그 변경의 필요성과 내용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의 변경 필요성, 변경 내용의 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과의 교섭 경위 및 동종 사항에 관한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적 권리이므로, 변경 내용의 타당성이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으로 이를 대신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고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 변경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이익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예외
다만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으므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예외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집단적 동의권 남용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기 위하여 진지한 설명과 설득의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 없이 변경에 반대한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불이익 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구하는 취지를 고려할 때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단순히 경영상 필요성이 있거나 변경 내용이 합리적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을 인정할 수 없다.
3. 임금피크제에 대한 적용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먼저 정년 연장으로 얻는 이익과
임금 삭감으로 인한 불이익을 포함하여 해당 제도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면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적 동의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적법한 집단적 동의를 받았더라도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에는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의 효력은 취업규칙 변경 절차뿐 아니라 도입 목적, 임금 삭감의 정도, 업무량 감소 등 대상조치의 존재, 감액 재원의 사용 목적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IV. 결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동의가 없어도
변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종래 판례는 변경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집단적 동의 없는
불이익 변경도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이러한 판례를 변경하였다. 현재는 변경 내용이 합리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집단적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 다만 사용자가 변경의 필요성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하여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근로자 측이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 없이 반대하여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특별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추진하면서 변경 내용의 합리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협의와 설득을 통하여 집단적 동의를 얻는 절차를
충실히 거쳐야 한다.
[1]김형배, 『노동법』제24판, 2015년, 박영사, 304면.
[2]대법원 2004.5.14.
선고 2002다23185 판결.
[3]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4]대법원 1990.12.7.
선고 90다19647 판결.
[5]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두2238 판결.
[6]대법원 2004.1.27. 선고 2001다42301
판결.
[7]대법원 1984.11.13. 선고, 84다카414 판결.
[8]대법원 1993.5.14. 선고, 93다1893 판결.
[9]근기 68207-286,
2003.3.13.
[10]근기 68207-691,
2003.6.11.